역대 대통령들에게 종교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화두였다. 권력자들은 정권 유지를 위해 때로는 탄압하고, 때로는 달래면서 종교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썼다.
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신교 장로였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불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교에 가까웠다.
이 가운데 이승만 전 대통령은 경무대(옛 청와대)에서 기도모임을 여는 등 기독교 색채를 가장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1954년 5월 ‘사찰 정화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대처승(결혼한 승려) 축출에 나서, 불교계와 갈등 관계를 지속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본인은 무교이지만 불교 신자인 부인 육영수씨의 영향을 받아 친불교적 행보를 했다. 반면, 독재정권 반대 투쟁에 앞장선 천주교와는 갈등을 겪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불교신자이면서도 1980년 ‘10·27 법난’으로 불리는 대규모 불교탄압을 자행했다. 당시 조계종 월주 총무원장이 신군부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신군부 합동수사본부는 ‘불교계 정화수사 계획’(45계획)에 따라 군·경 병력 3만2천여명을 동원해 전국 5731개 사찰과 암자를 일제히 수색하고 불교계 인사 153명을 연행해 폭력과 고문을 가했다.
역시 불교신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10·27 법난’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전력을 만회하고자 집권 뒤 불교계와 손 잡으려 애썼다. 그는 취임 직후 고향인 대구 팔공산 동화사의 통일기원대전 현판을 직접 쓰기도 했다.
충현교회 장로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예배실을 마련해놓고 목사들을 불러 가족 예배를 봤다. 청와대에 기독교 모임이 처음 만들어진 것도 이때였다. 김 전 대통령은 직접적인 종교적 발언은 자제했으나,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충주호 유람선 화재 등이 잇따르자 “장로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 불상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라는 괴소문에 시달렸다. 1996년 8월 박세일 정책기획수석이 기획해 청와대 불자 모임인 ‘청불회’를 만든 것도 불교계와 거리를 좁히려는 의도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토머스 모어’라는 세례명을 가진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재임 중 성당에 나가 미사를 보기도 했으나 다른 종교와 큰 마찰은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1986년 송기인 신부에게서 영세를 받아 ‘유스토’라는 세례명을 얻었지만, 열심히 신앙생활도 못하고 성당도 못 나가 프로필 종교란에는 ‘무교’로 쓴다”고 말한 적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사립학교법 개정 때문에 사학 재단을 많이 거느린 기독교계와 갈등을 빚었다. 황준범 기자 [email protected]
역대 대통령들 종교문제
기독교 이승만 ‘대처승 축출로 불교와 대립’
불 교 전두환 ‘불교 탄압하다 퇴임뒤 절로’
무 교 노무현 ‘사학법으로 기독교와 마찰’
황준범기자
- 수정 2008-09-03 19:25
- 등록 2008-09-03 19:25